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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쉰다는 것을 문득 생각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럴 때엔 숨쉬는 것이 돌연 의식적인 행동이 되어버린다. 사실 숨쉬기는 모든 의식적인 행위 아래에 전제처럼 깔려 있다.

무언가 그런 기분이 든다. 기뻐도 내 숨쉬기 같은 마음은 기쁘질 않고 즐거워도 내심 슬프다. 말 그대로 속마음이 그렇다. 즐거움이라는 의식할 수 있는 감정 상태 아래에 슬픔이라는 숨쉬기 같은 감정이 깔린다. 슬픔이 의식할 수 있는 감정의 전부였던 때가 있었다. 근데 그 때 보다도 지금이 더 괴로운 것은 그렇게 그립기 때문인 듯 하다. 아니 그렇기 때문임이 확실하다.

슬픔이 입김이 되던 그 새벽에 그 집을 나서면서 혼잣말로 "잘했다"라고 그렁이며 말하던 나는 어디에 갔는지. 돌릴 수 없는 것에 미련을 두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알면서도, 결국인 인간인지라 그 마음에 그리움의 손짓을 나도 모르게 보낸다. 다시 그렇게 벅찰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어른이 말하던 '인생의 쓴 맛'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 찌질한 일기다. 찌질함에 대한 창피를 상쇄하는 슬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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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의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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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와 함께 하리라 여긴 시간의 기쁨을
혼자의 서러움으로 잦아들게 만드는 밤이면
그냥 그런 마음만으로도 괴로워져서

잠들 여유도 없이 깨어서는
이런 저런 생각에 빠지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까요.

손을 내밀어 주셨으면 하고 바랐던 내 모든 마음이
그 시절이 전부 헛된 것이었노라고 나에게 소리치는 것처럼
비참하고 서글픈 것이 또 어디에 있을까요.

나 그런 때에 또 물러서 스스로를 다잡으며 되뇌이지만
그래도 한 번 흐른 물길을 돌리는 데에는
영겁의 세월이 필요한 것처럼,
나 또한 그렇게 흘러감으로 견뎌내면 되는 것이라 믿고
이 새벽을 깨어 보렵니다.

'실패'-이지수​ 

, 2010년 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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