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엔 주로 주말 아침에 축구를 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같이 차온 녀석들과 근 10년째 이렇게 주말 아침마다 축구를 한다. 하지만 가끔은 다른 팀의 초청을 받아 저녁에 축구를 하기도 했는데 사실 나는 저녁에 하는 것이 아침에 하는 것 보다 더 좋았다. 저녁이다 보니, 몸이 더 풀린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축구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씻고 난 뒤의 그 개운함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오늘 그 뻔하고 큰 행복을 간만에 또 누렸다. 아는 형님의 지인들을 중심으로 답십리에서 풋살을 했다. 꿈에만 그리던 퇴근 후 풋살이었다. 물론, 시설이 열악해서 샤워를 하지 못해 땀난 운동복 차림으로 답십리에서 도곡까지 냄새 풍기며 지하철을 타야 하는 단점은 있었지만 꿈꾸던 일상의 루틴을 실현했다는 점에서 매우 흡족한 미소가 지어졌다.
답십리에서 도곡까지 지하철로 걸린 시간만큼 샤워를 끝내고 나와 맥주 한 캔 마시며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 맥주 한 캔은 원래 예정엔 없었으나, 으레 이런 분위기엔 맥주가 어울리는 법이다.
도곡에서 공덕까지의 출근길에 하는 독서, 월요일 퇴근 후 하는 풋살, 금요일 저녁 퇴근 후 친구와의 한 잔까지. 뻔하고 큰 행복이 눈 앞에 펼쳐졌으니 절로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현재를 고통으로 규정하고 미래로 모든 걸 유보하는 삶이 아니라 눈 앞의 것들을 감사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아 좋기만 하다.
낮에 디스커버리 센터장님의 조언에서 앞으로 도사리고 있을 난제들이 걱정이긴 하지만 아직까진 초심을 잃지 않을 준비가 되어있고 언제나 그렇듯 열정을 쏟을 자신도 있다. 아침 새벽미사에서 들은 신부님의 강론말씀처럼, 하루하루의 시간들에 정말로 감사고 즐기며 살아내는 것이 행복이란 생각이 든다. 무언갈 이겨내고 얻은 성취도 중요하지만 일상의 순간에 흠뻑 빠지는 것이 성취도 더 크게 가져다 줄 것이라 믿는다.
월요일 저녁의 풋살은 정말이지, 사랑입니다 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