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쉰다는 것을 문득 생각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럴 때엔 숨쉬는 것이 돌연 의식적인 행동이 되어버린다. 사실 숨쉬기는 모든 의식적인 행위 아래에 전제처럼 깔려 있다.

무언가 그런 기분이 든다. 기뻐도 내 숨쉬기 같은 마음은 기쁘질 않고 즐거워도 내심 슬프다. 말 그대로 속마음이 그렇다. 즐거움이라는 의식할 수 있는 감정 상태 아래에 슬픔이라는 숨쉬기 같은 감정이 깔린다. 슬픔이 의식할 수 있는 감정의 전부였던 때가 있었다. 근데 그 때 보다도 지금이 더 괴로운 것은 그렇게 그립기 때문인 듯 하다. 아니 그렇기 때문임이 확실하다.

슬픔이 입김이 되던 그 새벽에 그 집을 나서면서 혼잣말로 "잘했다"라고 그렁이며 말하던 나는 어디에 갔는지. 돌릴 수 없는 것에 미련을 두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알면서도, 결국인 인간인지라 그 마음에 그리움의 손짓을 나도 모르게 보낸다. 다시 그렇게 벅찰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어른이 말하던 '인생의 쓴 맛'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 찌질한 일기다. 찌질함에 대한 창피를 상쇄하는 슬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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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의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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