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16, 2016

카테고리 없음 2018. 1. 11. 23:33

무한도전을 보다가 엄마한테 이런 말을 건넸다. 
"엄마 쟤넨 젝스키스 모르겠다. 은퇴하고 태어난 애들이잖아."

아이들의 표정도 이해가 됐다. 초등학생이었던 내게 누군가 잊혀진 계절을 부른 이용의 무대를 보여줬다면 노래는 어렴풋이 알았던들 그의 얼굴마저 알아보진 못했을 테니까. 


성당에서 교사들끼리 이야기하던 중 20학번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10학번이다. 학번이 1로 시작할 수도 있냐던 선배들의 말은 그대로 내 입에서 학번이 2로도 시작할 수 있냐는 말이 되어 나온다. 


대치역 앞 스타벅스에서 밖을 보는데 '플러스'라고 쓰여진 슬리퍼를 신은 아이들 무리를 발견했다. 내가 다니던 플러스 독서실 슬리퍼다. 푹신한 슬리퍼의 발등엔 화이트로 거칠게 '플러스' 라고 쓰여 있었다. 지금도 똑같구나. 


이제서 조금씩 다른 세대에 대해서 이해가 되는 듯도 하다. 젝스키스를 모르는 아이들은 이용을 몰랐던 그 예전의 나고 2로 시작하는 학번을 가질 사람들도 학번이 1로 시작할 수도 있냐는 소리를 듣던 나요, 플러스 독서실 슬리퍼를 신고 있던 아이들도 그 옛날 독서실 다니던 나다. 다르게 보면 매봉역에서 벌개진 얼굴로 서로가 탈 택시를 잡아주며 귀가하시는 아저씨들도 나일테고 자식의 손을 잡고 빵을 사러 오시는 아저씨도 나일 테고 말없이 양재천을 걸으시는 노부부도 나일테다. 


사람들은 다 자신이 태어난 시점에서 자신의 삶을 산다. 어느 시절에 어렸건, 젊었건, 나이 먹어가건 간에 다들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걸 어처구니 없게도 최근에서야 조금씩 깨닫고 있다. 전엔 다른 세대를 게임 NPC처럼 여겼었다. 이제사 사람으로 보이게 되는 건 나의 어리석음 탓이다...


존중은 그래서 해야 하는 것이구나. 닳고 닳도록 들은 그 흔해빠진 단어의 무게를 처음 제대로 느끼고 있다. 하하 내일이 시험이라 그런가보다. 막학기는 마치 구름위를 걷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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