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니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어쨌거나 인간의 움직임은 지도 상에선 선이라는 것이다. 여행지의 면적을 모두 커버하고 싶지만 결국 하는 수 없이 동선을 정하고 선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전부를 다 밟아보고 느끼고 싶었던 마음은 실현할 수 없는 욕심이 아닐까 생각하게 한다.

어릴 때 생각하던 '적지는 않은' 나이에 이르러 드는 생각은 사는 것도 지도 위에서 내가 간 길을 표시하는 것과 비슷할 것이라는 말이다. 지식이든, 경험이든 모두 면적으로 존재하지만 우리의 경험과 인지는 선일 수밖에 없다. 모두를 다 경험하거나 알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험과 인지의 한계가 물리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본 우주 관련 다큐멘터리에서 들은 말이 와닿는다.

'인간은 우주를 알면 알수록 자신이 모르는 것이 무궁무진하다는 것만 더 알게 된다.'

​ 사는 것이 더 그러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삶에 관한 깨달음을 조금씩 얻어가며 삶에 대한 전반적인 통찰을 완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내가 이 세계가 참 어려운 것이구나 하는 것에 대해서만 더 강하게 느끼기 마련이다. 즉, 내가 모르는 것이 더 많음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이 겸손해야 하는 것의 당위가 여기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한다. 겸손이라는 것은 어떠한 삶의 태도에서 나오는 결과물이지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아무튼, 지금에서 내가 그동안 얼마나 '완성'이라는 헛된 목표를 향해 달리려고 했는지 알게 되었다.

겸손의 당위에 대해 생각하고 나니 이 글 또한 발칙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지난 날들에 대해서 통렬히 반성하게 된다. 겸손,하게 살아야 겠다. ​완성은 없기에, 더 겸손해야 하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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