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간 친구와 대화를 하며 3년 전 호주 여행 사진을 다시 봤다. 찬찬히 사진을 넘겨보며 든 생각은 '과연 그 3년 동안 나는 발전했는가'였다. 발전이라는 말 안에 많은 것을 넣어 생각했다. 거기엔 타인에 대한 배려, 능력의 발전을 위한 일상 속 의식적 노력 같은 것들이 있다. 30이라는 어려서 생각하기에 모든 걸 다 이루었을 것 같은 나이에 거의 이르러 돌아보니 지난 3년이 조금은 허망하게도 느껴졌던 까닭에 그 3년에 뭘 했는가를 더 뼈아프게 돌아봐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리를 하자면 두 측면에서 이런 생각을 해봤다.


 첫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나는 참 사람 대할 줄 모른다. 내 하고 싶은 말에 대화를 빠트리는 경우가 다반사고 내 관심 없는 대화엔 정말 심각하게 집중을 할 줄 모른다. 살갑게 들어주거나 동의해주기 보단 반박하거나 되도 않는 훈수나 충고를 하려든다. 지난 3년, 이 내가 돌아보기 싫어하는 내 이 모습들이 사진에 얽힌 기억들을 돌아보며 한 번에 머릿속에서 되살아나 약간 힘들었다. 그 대상들이 점점 바빠지며 물리적으로도 보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사진이 주는 묘한 향수와 우울감이 봄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렸고 그 누구를 내가 이 이유로 질리게 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죄책감과 외로움이 밀려왔다.


 둘째, 내 자신의 능력에 있어서

 친구들이 취업이다, 시험이다 바쁘게 노력할 때 나도 완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프라인으로도 발간 되었던 온라인 매거진의 필진으로 활동하기도 했고 팟캐스트도 제작해 보았고 스페인으로 석사 유학도 다녀왔다. 지난 3년간의 행위를 이렇게 쓰면 저렇게 되지만 그 내용이 전부 알찬 것이었는가, 그 동안에 의식적으로 '노력'을 하며 살았는가, 목표를 명확히 하고 내 능력의 발전을 위해 어떤 주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왔는가를 돌아보니 부끄러움이 아니라 허무함이 느껴졌다. 당시엔 의식하지 못 했지만 당시의 나를 돌아보니 100%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남들의 시선에 대책 없지만 당당한 모습으로 보이는 것을 즐겼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를 가슴 벅차게 했던 과거의 나를 부정하게 되는 것은 완전히 유쾌한 일은 아님에 틀림 없다. 그래도 좋게 보자면, 그 당시의 내게서 잘못이 보인다는 것이 내 시야가 커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틀림 없는 일이다. 우울감으로 빠지기 전에, 이성적으로 보고 길게 보고 나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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